ABA와 인지행동치료의 통합 가능성

1. ABA와 인지행동치료(CBT)의 기본 개념

응용행동분석(ABA: Applied Behavior Analysis)은 행동주의 이론에 기반을 둔 중재 접근으로, 관찰 가능한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초점을 둡니다. 행동을 유발하는 선행 사건(Antecedent)과 결과(Consequence)를 조작함으로써 아동의 문제행동을 감소시키고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키는 방식입니다.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는 사고(thoughts), 감정(feelings), 행동(behaviors)의 상호작용을 이해하고, 왜곡된 인지 패턴을 수정함으로써 정서적 문제를 완화하는 접근입니다. 주로 불안, 우울, 강박 등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며, 내적 인지를 다루는 것이 특징입니다(Beck, 1979).

ABA는 외현적 행동에 집중하고, CBT는 내면의 인지 구조를 다룬다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다르지만, 최근 두 이론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으며,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나 불안 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효과적인 중재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2. 통합의 이론적 기반

ABA와 CBT는 각각 강화 이론과 인지이론에 기반하지만, 공통적으로 문제행동의 원인을 분석하고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목표 행동을 가르친다는 구조적 유사성을 가집니다. 예를 들어, 행동계획서 작성, 자기모니터링, 과제 분석(task analysis), 강화계획 사용은 두 접근에서 모두 활용 가능합니다.

통합 모델은 행동 수정 기법에 인지적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아동이 자신의 행동 이유를 사고하고, 행동 선택에 있어 주체성을 가지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예를 들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묻고, "다음엔 어떻게 할지"를 스스로 계획하게 하며, 이를 반복적으로 강화하는 식입니다.

3. 통합 전략의 실제 적용 방식

3-1. 자기모니터링과 인지 재구성의 결합

아동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체크리스트나 그림 일기 등의 도구를 통해 스스로 점검하고, 부정적 자동사고를 인식한 뒤 긍정적 자기언어로 대체하는 훈련을 실시합니다. 이 방식은 자기관리 전략(Self-management)에 CBT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불안 장애를 가진 아동에게 효과적입니다.

3-2. 행동 리허설과 인지 대화 기법의 결합

ABA에서 사용하는 역할 놀이나 행동 리허설에 CBT의 인지 대화(cognitive dialogue)를 추가하여, 아동이 특정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긍정적 자기 진술을 연습하게 합니다. 예: "나는 해낼 수 있어", "실수해도 괜찮아" 등의 언어를 반복 학습합니다.

3-3. 노출 훈련과 점진적 강화의 통합

공포나 회피 행동이 있는 아동의 경우, CBT에서 사용하는 체계적 둔감화나 노출 훈련에 ABA의 점진적 강화 전략을 접목합니다. 예를 들어, 사회 불안이 있는 아동이 또래에게 말을 걸도록 단계적으로 과제를 나누고, 수행할 때마다 강화(스티커, 칭찬 등)를 제공합니다.

4. 실제 사례

사례 1: 사회불안을 가진 자폐 아동

10세 남아 A는 또래와 눈을 맞추는 것을 매우 어려워하고, 새로운 친구에게 말을 걸지 못했습니다. 치료사는 ABA 방식으로 눈 맞춤 행동에 대한 차별강화(DRA)를 실시하고, 동시에 CBT 기반의 자기진술 훈련을 병행하였습니다. 아동은 "조금 떨리지만 해볼래"라는 문장을 연습하며 점진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 참여하였고, 6주 후 친구에게 먼저 인사하는 행동이 3배 증가했습니다.

사례 2: 시험 불안을 가진 ADHD 아동

초등학교 5학년 B는 시험 전날 불안을 호소하며 배가 아프다고 표현하곤 했습니다. 치료사는 먼저 시험 준비 행동(복습하기, 문제 풀기)을 ABA 기반으로 계획하여 행동 체크리스트를 만들고, CBT 기법으로 비합리적 사고("나는 항상 시험을 망쳐")를 논박하는 사고 재구성을 진행했습니다. 4주 후 B는 시험 당일에도 평정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고, 성적도 이전보다 향상되었습니다.

5. 통합 모델 적용의 유의점과 절차

통합 접근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절차를 따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1단계: 아동의 행동 및 정서 평가 (관찰, 면담, 설문 등 활용) 2단계: 문제행동의 기능 분석과 인지 패턴 파악 3단계: ABA와 CBT 전략 중 적합한 요소 선택 4단계: 통합 중재 계획 수립 (행동 목표 + 인지목표 병행) 5단계: 실제 적용 및 강화 제공 (역할놀이, 자기진술, 강화계획 등) 6단계: 효과 평가 및 전략 조정

이러한 절차는 각 아동의 인지 능력, 자기 인식 수준, 행동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통합 설계로 이어져야 하며, 전문가 간 협력 또한 중요한 요소입니다.

6. 결론 및 제언

ABA와 인지행동치료는 이론적 접근이 다르지만, 실천적 측면에서는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내면의 인지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아동에게는 ABA의 구체적 행동 기반이, 인지적 왜곡이 정서적 문제를 유발하는 아동에게는 CBT의 구조화된 사고 수정 기법이 필요합니다.

두 접근의 통합은 아동이 자신의 행동을 외부 지시에 의해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 내면의 동기를 인식하고 스스로 조절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향후에는 통합 모델에 AI 기반의 감정 분석, 디지털 자기기록 앱 등을 접목하여 보다 정교하고 지속 가능한 중재 시스템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