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ABA) 중재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베이스라인(Baseline) 설정입니다. 이는 중재 개입 이전의 행동 수준을 측정하는 과정으로, 변화 여부를 명확히 비교할 수 있는 기준점 역할을 합니다.
본 글에서는 베이스라인의 정의, 유형별 수집 방법,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정확한 데이터 해석을 위한 실무 전략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베이스라인이란 무엇인가?
베이스라인이란 중재 개입이 시작되기 이전 시점에서 특정 행동의 자연스러운 발생 빈도나 양상, 지속 시간 등을 반복적으로 관찰하고 측정한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이 데이터는 중재의 효과를 판단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기준선 역할을 하며,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의 행동 수준을 수치로 제시합니다. 베이스라인을 통해 우리는 어떤 행동이 중재 없이 얼마나 자주,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ABA에서는 이러한 베이스라인 자료 없이는 개입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중재 이후 아동의 요청 행동이 증가했다면, 이는 베이스라인에서 요청 행동이 얼마나 적었는지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있을 때에만 의미 있는 변화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개입 전에도 행동이 높게 발생했다면, 중재의 효과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습니다.
**Kazdin(2011)**은 베이스라인을 "행동 중재 연구에서 가장 핵심적인 비교 지점이며, 이후 모든 개입이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하며, 정확하고 안정적인 베이스라인 데이터 확보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하였습니다.
2. 베이스라인의 수집 기준
베이스라인 데이터를 신뢰성 있게 수집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몇 번의 관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계획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특히 ABA에서는 데이터의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 안정성(Variability): 수집한 데이터가 큰 변동 없이 일정한 경향을 유지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행동 발생 빈도가 날마다 크게 차이난다면 해당 데이터는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일정한 흐름을 보이거나, 반복된 패턴이 확인될 때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반복성(Replicability): 행동이 적어도 3회 이상 반복 측정되어야 하며, 가능하다면 5회 이상의 측정을 권장합니다. 반복적인 측정을 통해 평균값과 범위, 표준편차 등 다양한 통계적 분석이 가능하며, 외부 변수로 인한 왜곡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 중재 미개입: 베이스라인 기간 동안에는 절대로 강화물 제공, 피드백, 촉진, 시범 등의 중재적 요소가 개입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직 자연스러운 행동만을 측정해야 하며, 관찰자는 단순히 기록자로서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 동일 조건 유지: 매 관찰 시기의 환경 조건이 최대한 동일해야 합니다. 예: 같은 시간대(오전 vs 오후), 같은 장소(교실, 집 등), 같은 관찰자 또는 동일한 측정 기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는 행동의 발생을 환경 요인의 영향이 아닌 아동의 특성으로 해석하기 위한 전제 조건입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수집된 베이스라인은 이후 중재의 효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초적 증거자료가 되며, 경우에 따라 연구 논문이나 중재 보고서에서 핵심 데이터로 활용됩니다.
3. 수집 방법과 기록 양식 예시
베이스라인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측정하고자 하는 행동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측정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측정 방법에 따라 기록 방식, 관찰 도구, 분석 방법이 달라지므로, 중재 목표에 맞는 방법을 신중히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빈도 기록 (Frequency Recording)
- 특정 행동이 일정 시간 동안 몇 번 발생하는지를 측정합니다.
- 사용 예: 소리 지르기, 때리기, 손 흔들기 등과 같이 시작과 끝이 명확한 행동
- 기록 예: 10분간 관찰 중 소리 지르기 5회 → 빈도: 5회/10분
- 분석 방법: 하루 평균 빈도, 행동 간 평균 시간 등 산출 가능
- 지속 시간 기록(Duration Recording)
- 특정 행동이 얼마나 오랜 시간 지속되는지를 측정합니다.
- 사용 예: 자리에 앉아 있는 시간, 울음 지속 시간, 집중 유지 시간 등
- 기록 예: 15분 중 10분 동안 자리에 앉아 있었음 → 지속 시간 비율: 66%
- 분석 방법: 평균 지속 시간, 최대/최소 시간 등
- 간격 기록법 (Interval Recording)
- 관찰 시간을 일정한 간격으로 나누고, 각 간격마다 행동이 있었는지 여부를 기록합니다.
- 사용 예: 행동이 간헐적으로 발생하며 지속 시간이 짧을 때 유용
- 기록 예: 30초 간격으로 나눈 10개 구간 중 6구간에서 행동 발생 → 발생률: 60%
- 분석 방법: 비율, 연속 발생 간격 확인 등
기록 양식 예시 표
날짜 행동 유형 측정 방법 수치 관찰자
4/5 | 자해 행동 | 빈도 | 7회/30분 | 교사 A |
4/6 | 자리 이탈 | 지속시간 | 12분/15분 | 보조교사 |
4/7 | 발성 | 간격 | 8회/10구간 | 부모 |
각 기록 방법은 해당 행동의 형태, 발생 양상, 환경 조건에 따라 선택되어야 하며,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지 않고 복합적으로 기록하는 것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해 행동은 빈도와 지속시간을 동시에 측정하여 보다 정밀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4. 실제 사례 분석
사례 A: 비언어 아동의 요청 행동 베이스라인 수집
- 배경: 6세 자폐 아동, 요청 행동이 거의 없음. 중재 목표는 요청 제스처 학습
- 방법: 그림카드 요청 기회를 하루 5회 제공하되, 베이스라인 기간 동안 강화 제공 없음
- 결과: 5일간 요청 반응 평균 0.4회/5회 중 → 매우 낮은 초기 행동 수준 확인
- 활용: 이후 DTT 기반 요청 훈련 실시 후, 주 1회 비교 수집 → 최대 4.6회로 상승
사례 B: ADHD 아동의 자리 이탈 행동
- 배경: 8세 아동, 수업 중 자주 돌아다니는 행동 문제
- 방법: 15분 세션 기준 자리 이탈 발생 시간 측정 (지속 시간 기록법)
- 결과: 베이스라인 평균 이탈 시간: 6.5분/15분
- 활용: 토큰 강화 개입 적용 후, 3주 내 1.2분으로 감소
5. 실무 적용 팁
- 중재 시작 전 반드시 베이스라인 수집을 완료해야 개입 효과를 신뢰성 있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 관찰자 교육 필수: 관찰자 간 신뢰도 확보를 위해 정확한 기록 기준과 반복 훈련이 필요합니다.
- 그래프 활용: 수집된 데이터를 선 그래프나 막대 그래프로 시각화하면 중재 효과를 쉽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 상황적 변수 병기: 수치 외에도 관찰 상황에 영향을 준 요소(예: 날씨, 특별 활동 등)를 메모해두면 해석에 도움 됩니다.
- 실패 없는 베이스라인도 가치 있음: 행동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도, 그 자체가 중재 목표를 명확히 해주는 자료가 됩니다.
6. 결론
베이스라인 설정은 ABA 중재의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출발점입니다. 개입 전 행동의 현재 수준을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중재 효과를 명확히 비교하고 진정한 행동 변화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라인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전략 수립과 평가, 피드백의 기초가 되는 자료입니다. 따라서 중재자는 베이스라인 수집 과정부터 철저하게 계획하고, 다양한 기록 방식과 도구를 활용하여 보다 정밀하고 실용적인 행동중재 설계로 이어가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베이스라인 이후 중재 효과를 분석하는 그래프 작성법 또는 베이스라인-개입-유지 단계 비교 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
'응용행동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응용행동분석 ABA 치료란 무엇인가요? 부모가 꼭 알아야 할 핵심 정보 (0) | 2025.04.06 |
---|---|
응용행동분석학(ABA) 그래프를 활용한 행동 변화 시각화 방법 (0) | 2025.04.06 |
응용행동분석(ABA)의 행동 기록을 위한 ABC 데이터 작성법과 사례 (0) | 2025.04.06 |
응용행동분석(ABA)의 강화물 선택을 위한 선호도 평가의 단계별 절차 (0) | 2025.04.05 |
응용행동분석(ABA)의 일반화 촉진을 위한 계획 수립과 평가 방법 (0) | 2025.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