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A(응용행동분석)에서 행동을 이해하고 중재하기 위한 핵심 절차 중 하나는 **기능적 행동 평가(FBA)**이며, 이 평가의 기초가 되는 자료가 바로 ABC 데이터입니다. ABC는 선행사건(Antecedent), 행동(Behavior), 결과(Consequence)를 의미하며, 문제행동이 왜 일어나는지를 파악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글에서는 ABC 데이터의 정의, 이론적 배경, 기록 방법, 실제 사례, 그리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실무 팁까지 상세히 소개합니다.
1. ABC 데이터란?
ABC 데이터는 행동의 원인과 결과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사용되는 관찰 도구로, 다음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집니다:
- Antecedent(선행사건): 행동이 발생하기 직전의 환경이나 자극. 예를 들어, 특정 지시, 놀이 장난감의 제거, 친구와의 상호작용 등입니다.
- Behavior(행동): 관찰자가 기록할 수 있는 명확하고 측정 가능한 아동의 반응. 예를 들어, 소리 지르기, 자리를 뜨기, 바닥을 치기 등이 있습니다.
- Consequence(결과): 행동 직후에 일어난 환경의 변화. 예를 들어, 교사의 주목, 과제 제거, 관심 받기 등이 있습니다.
ABC 데이터는 특정 행동의 **기능(왜 일어나는가?)**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두며, 해당 기능에 기반한 효과적인 개입을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자료가 됩니다.
**Bijou, Peterson & Ault (1968)**는 ABC 관찰 체계를 행동분석의 필수 도구로 제안하였으며, 반복 가능한 관찰과 구체적인 기록이 행동의 기능 분석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2. ABC 데이터 기록 방법 (상세 절차)
ABC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수집하려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절차를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 관찰 목표 설정
- 어떤 문제행동을 관찰할 것인지 명확히 정의합니다. (예: "수업 중 자리 이탈")
- 관찰 시간과 장소 결정
- 행동이 자주 나타나는 시간대와 장소를 선정하여 관찰 계획을 수립합니다. 이는 행동의 패턴을 확인하는 데 유리합니다.
- 기록지 준비 또는 디지털 도구 활용
- 표 형식의 기록지를 준비하거나, 태블릿/스마트폰 앱을 통해 실시간 기록이 가능하도록 준비합니다.
- 행동 발생 시, 즉시 ABC 순서대로 기록
- A(선행사건): 어떤 일이 있었는가? 누가 있었고, 어떤 지시나 자극이 있었는가?
- B(행동): 아동이 실제로 어떤 행동을 했는가? 구체적, 측정 가능하게 기록 (예: "크게 소리 지름")
- C(결과): 행동 후 환경이나 사람의 반응은 어땠는가? (예: "교사가 아동 이름을 크게 부름")
- 복수 시행을 통해 패턴 분석
- 동일한 행동이 어떤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소 3~5회 이상 수집합니다.
- 가능성 있는 기능 분석 병행
- 행동의 결과가 아동에게 어떤 기능(주목, 회피, 감각 자극 등)을 제공했는지를 추정하여 함께 기록합니다.
기록 예시 템플릿
날짜/시간 선행사건(A) 행동(B) 결과(C) 가능성 있는 기능
4/5 10:30 | 수학 과제 제시 | 책상에서 도망감 | 교사가 과제 제거 | 회피/탈출 |
4/5 13:10 | 친구가 장난감 뺏음 | 큰소리로 울음 | 교사가 주목 후 위로함 | 주목 얻기 |
3. 실제 사례 분석
사례 A: 수업 중 자리 이탈 행동
- 배경: 8세 ADHD 아동. 교실에서 집중이 어렵고 자주 자리를 떠나는 행동이 반복됨.
- ABC 기록:
- A: 수학 문제 풀이 과제 시작
- B: 자리에서 일어나 교실 뒤로 걸어감
- C: 교사가 이름 부르며 자리로 돌아오도록 유도
- 해석: 회피 또는 교사 주목을 얻기 위한 가능성 있음
- 중재 제안: 과제 난이도 조정 + 주목 대신 시각적 촉진 활용
사례 B: 장난감 뺏긴 후 공격 행동
- 배경: 5세 자폐 스펙트럼 아동. 놀이 중 자주 공격 행동을 보임
- ABC 기록:
- A: 친구가 장난감 뺏음
- B: 손으로 밀침
- C: 교사가 해당 친구를 다른 자리로 이동시킴
- 해석: 자극 회피 혹은 원하는 물건을 되찾기 위한 행동 가능성
- 중재 제안: 기능적 의사소통훈련(FCT)을 통한 대체 요청 행동 지도
4. 실무 적용 팁 (확장 버전)
- 목표 행동 정의는 명확하게
- "불안해 보임"과 같이 모호한 기술은 피하고,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임"처럼 관찰 가능한 구체적 표현을 사용하세요. 이는 관찰자 간 일치도를 높이고, 중재 설계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필수입니다.
- 일관된 관찰 기준 유지
- 동일한 행동에 대해서도 관찰자마다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므로, 기록 전에 관찰 기준(예: 자리 이탈은 발이 매트에서 떨어졌을 때로 정의)을 통일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즉시 기록, 회상 기록 피하기
- 행동 발생 직후 1~2분 내에 기록하지 않으면 왜곡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실시간으로 기록하거나, 메모 후 곧바로 정리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 가능한 한 반복적으로 수집하여 패턴 파악
- 한 번의 사건 기록으로 행동의 기능을 단정짓기 어렵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반복되는 사건을 모아야 기능적 추론이 가능합니다.
- 다양한 환경에서 관찰하기
- 동일한 행동이라도 환경에 따라 기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교실, 가정, 복도, 놀이시간 등 다양한 상황에서의 ABC 데이터를 확보해야 합니다.
- 보호자 및 다른 실무자와의 협업
- 교사 혼자만의 관찰보다 부모, 특수교사, 치료사 등 다양한 사람과 데이터를 공유하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 기록 외에도 촬영 자료 활용 가능
- 상황이 허락된다면, 행동 발생 장면을 촬영하여 복기하면서 기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5. 결론
ABC 데이터는 문제행동의 기능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행동중재 전략을 설계하는 데 핵심적인 기초 자료입니다. 단순히 행동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행동 전후의 맥락을 함께 이해함으로써 중재의 정확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중재자는 지속적인 ABC 데이터 수집을 통해 행동의 기능을 반복적으로 검증하고, 변화된 환경에 따라 전략을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아동의 행동 문제를 줄이고, 바람직한 행동을 증진하는 가장 실증적인 접근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ABC 기록지를 디지털화하여 자동 분석하는 방법, 혹은 FBA 전체 과정에서의 ABC 데이터 활용 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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