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ABA)에서는 아동이 자립적으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다양한 교수 전략을 사용합니다. 그중 하나가 시간 지연(prompt delay) 기법입니다. 시간 지연은 촉진의 의존성을 줄이고, 아동이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연스러운 반응 학습과 일반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시간 지연 기법의 개념과 유형, 이론적 근거, 실제 적용 사례, 그리고 실무자 및 보호자를 위한 적용 팁을 중심으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1. 시간 지연(Prompt Delay)이란?
시간 지연 기법은 자극(질문, 지시 등)을 제시한 후 일정 시간 동안 촉진을 유보하는 방법입니다. 아동이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한 뒤, 반응이 없을 때만 촉진을 제공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의존적 반응을 줄이고, 자발적인 학습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Snell & Brown(2006)**은 시간 지연을 "자연적 자극과 촉진 간의 시간 간격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자극-반응 연결을 강화하는 교수 전략"이라고 설명하며, 특히 지시 후 자발적 반응 빈도를 증가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했습니다.
2. 시간 지연의 유형
시간 지연 기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고정 시간 지연(Constant Time Delay)**과 **점진적 시간 지연(Progressive Time Delay)**입니다. 각 유형은 아동의 반응 특성이나 목표 기술의 복잡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고정 시간 지연 (Constant Time Delay)
- 일정한 시간 간격을 설정하여 자극 제시 후 동일한 시간(예: 5초) 동안 기다린 후 촉진을 제공합니다.
- 예: "이건 뭐야?"라고 질문한 뒤 5초 동안 기다리고, 반응이 없으면 촉진(예: 정답 제시)
- 일반적으로 초기 학습 단계나 구조화된 기술 지도에 적합하며, 아동이 촉진 시점을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학습 부담이 적습니다.
✅ 점진적 시간 지연 (Progressive Time Delay)
- 처음에는 자극과 동시에 촉진(0초 지연) → 이후 점차적으로 촉진 시점을 뒤로 미루는 방식입니다.
- 지연 시간은 아동의 반응 성공률에 따라 단계별로 증가 (예: 0초 → 2초 → 4초 → 6초)
- 촉진 의존도가 높은 아동이나, 반응 속도가 느린 아동에게 유리하며, 자연스럽게 촉진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유형 설명 장점 주의점
고정 지연 | 항상 같은 시간 지연 | 예측 가능성, 구조화 용이 | 반응 속도에 따라 비효율적일 수 있음 |
점진적 지연 | 단계별로 지연 시간 늘림 | 유연성, 촉진 제거에 효과적 | 적용 과정이 복잡할 수 있음 |
이 두 유형은 단독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아동의 반응 특성과 목표 행동에 따라 병행하거나 단계적으로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3. 시간 지연 기법의 이론적 배경과 효과
시간 지연은 행동주의 학습 이론 중 자극-반응-강화 체계에 기초하여, 반응 전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내재적 동기와 자발적 반응을 유도하는 전략입니다.
**Wolery, Ault, & Doyle(1992)**는 시간 지연을 사용하는 경우, 아동이 정확한 반응을 더욱 빠르게 습득하고 일반화율도 높았다고 보고했습니다. 특히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아동의 언어 반응, 자기관리, 일상생활 기술 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효과가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시간 지연은 오류 없는 학습(errorless learning) 접근과도 잘 어울리며, 실패 경험 없이도 학습이 가능하도록 설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4. 실제 적용 사례
사례 A: 자폐 아동의 색상 명명 훈련
- 대상: 5세 자폐 스펙트럼 진단 아동, 색깔 이름을 말하는 기술이 미숙함.
- 기존 방법: 교사가 카드 제시 후 즉시 "이건 빨간색이야"라고 알려주는 즉각 촉진 방식 사용. 아동이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수동적으로 따라 말함.
- 중재: 고정 시간 지연 방식 도입. 교사가 빨간색 카드를 제시한 후 5초 동안 기다림. 반응이 없을 경우 "빨간색"이라고 촉진 제공. 아동이 스스로 말할 경우 바로 강화를 제공.
- 결과: 초반 2~3일은 반응 없음. 이후 점차 자발적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 2주 후, 5초 지연 내 자발적 반응률이 80%를 넘어서며, 학습 효율과 주의 집중도 향상.
사례 B: 비언어 아동의 요청(Requesting) 기술 훈련
- 대상: 4세 비언어 아동. 원하는 물건을 요구할 때 울음이나 손 뻗기 대신 제스처나 그림을 사용하도록 지도 중.
- 기존 방법: 아동이 반응하기 전 교사가 손을 잡아 그림 카드를 선택하게 유도 (즉각적 신체 촉진)
- 중재: 점진적 시간 지연 전략 적용. 처음엔 0초 지연으로 교사 촉진 제공 → 이후 2초, 4초, 6초로 단계적으로 지연 시간 증가. 아동이 반응할 때만 그림 카드를 통해 물건 제공.
- 결과: 촉진 없이 제스처 또는 응시로 요청하는 비율이 증가. 4주 후에는 촉진 없이도 요청 행동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짐. 촉진을 제거한 뒤에도 기술이 유지되며, 다른 맥락으로도 일반화되는 경향 확인.
이러한 사례들은 시간 지연 전략이 자발적 반응을 강화하고, 촉진 의존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데 유용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5. 실무 적용 팁
- 대기 시간은 아동의 반응 속도에 맞춰 설정해야 합니다. 지나치게 긴 지연은 혼란을 줄 수 있음
- 지연 시간 내 반응이 없더라도 아동이 좌절하지 않도록 격려하는 태도 필요
- 반응이 자발적일수록 강화의 강도와 즉시성을 높이기 → 자발성 유도
- 일관성 유지가 핵심: 시간 지연의 간격이 들쭉날쭉하면 오히려 혼란 초래
- 반응 데이터 기록 필수: 반응 시점, 정확도 등을 수치화하여 전략 효과 분석
6. 결론
시간 지연(prompt delay) 기법은 아동이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고, 촉진에 대한 의존을 점진적으로 줄여주는 매우 효과적인 교수 전략입니다. 특히 언어, 요청, 일상 기술 훈련 등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 가능하며, 오류 없는 학습 전략과 결합했을 때 더욱 효과적입니다.
중재자는 시간 지연이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반응 기회를 존중하고 강화하는 교수 설계의 일부임을 이해해야 합니다. 아동의 자율성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전략으로서, 시간 지연은 ABA 중재의 핵심 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시간 지연 기법과 함께 자주 활용되는 촉진 제거(fading) 전략, 또는 반응 대기 시간과 반응 정확도의 상관관계에 대한 분석을 이어서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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