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

ABA 치료 전/후 부모가 관찰해야 할 변화 체크리스트

damjun 2025. 4. 11. 06:36

문제 인식

“치료를 받고 있긴 한데, 우리 아이가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효과가 있는 건가요? 기준이 없으니 판단이 어려워요.”

ABA(응용행동분석) 치료는 과학적 기반 위에서 진행되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부모가 일상에서 체감하는 변화에서 비롯됩니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치료 전과 후를 비교할 기준이 없어 막연한 불안이나 혼란을 느끼곤 합니다. ‘행동 빈도가 줄었나?’, ‘말이 좀 늘었나?’와 같은 모호한 감각만으로는 치료의 방향성을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이 글에서는 부모가 치료 전후 관찰해야 할 주요 변화 항목을 체크리스트 형태로 안내합니다. 이를 통해 ABA 치료 효과를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치료사와의 협업에도 명확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핵심 개념: 행동의 ‘빈도’와 ‘기능’을 함께 본다

ABA 치료는 행동의 단순한 증가 또는 감소만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행동의 기능을 파악하고, 문제행동은 줄이고 대체 행동은 강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¹.

예를 들어, 아이가 자주 소리를 지르는 행동이 치료 후 줄었다고 해서 반드시 긍정적 변화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 대신 적절한 의사 표현으로 대체되었는가, 혹은 회피 행동으로 전환된 건 아닌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Cooper et al.(2020)은 행동의 변화는 ‘양적 빈도’와 ‘질적 기능’을 함께 고려할 때 의미 있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². 부모는 일상 속에서 아동의 의사소통 방식, 요구 행동, 자기조절 반응 등을 관찰함으로써 치료의 실질적 효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부모가 주목해야 할 변화 항목

  1. 요구 행동의 방식
    • 치료 전: 울기, 끌기, 떼쓰기 등으로 표현
    • 치료 후: 말하기, 손짓, 그림카드, 간단한 문장 등으로 표현 방식 변화 여부
  2. 문제행동의 빈도와 강도
    • 치료 전: 분노 폭발, 자기자해, 공격적 반응 등
    • 치료 후: 빈도 감소 여부, 행동 강도 약화, 대체 행동 출현 여부
  3. 지시 반응 및 순응도
    • 치료 전: 반복적인 거절, 도망가기, 무반응
    • 치료 후: 1~2회 제시에 반응, 지시 수행 시간 단축, 자발적 참여 증가
  4. 강화에 대한 반응성
    • 치료 전: 강화물에 대한 무관심, 반응 후 무표정
    • 치료 후: 강화 예측 및 기대, 반응 후 미소나 손뼉 등의 긍정 표현 증가
  5. 의사소통 수단의 변화
    • 치료 전: 요구를 행동이나 울음으로 표현
    • 치료 후: 말, 수화, AAC 기기, PECS 등의 도구 사용 여부
  6. 자기조절 능력
    • 치료 전: 감정 폭발 시 스스로 통제 어려움
    • 치료 후: 멈추기, 숨 고르기, 자리를 벗어나기 등 간단한 자기관리 전략 사용 여부
  7. 또래나 가족과의 상호작용 변화
    • 치료 전: 혼자 놀기, 반응 없음, 상호작용 회피
    • 치료 후: 간단한 눈맞춤, 놀이 요청, 형제자매와의 상호작용 시도 여부
  8. 일상 루틴에 대한 적응력
    • 치료 전: 외출 준비, 식사, 양치 등 일상 루틴에서 반복적인 저항
    • 치료 후: 예고에 따른 반응 향상, 시각 지원 도구 활용 시 반응 개선 여부

사례 예시

서준(가명, 5세)은 ABA 치료 전, 요구를 울음과 바닥에 드러눕는 행동으로 표현했으며, 부모가 지시하면 무반응으로 일관했습니다. 치료 3개월 후, 서준은 그림카드로 원하는 물건을 선택하거나, 손을 잡아 이끄는 방식으로 보다 수용 가능한 요구 표현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부모가 “신발 신자”라고 말하면 이전처럼 도망가는 대신, 잠시 멈췄다 따라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변화는, 부모가 체크리스트를 통해 행동을 일지로 기록하며 작은 변화들을 인식하고, 치료사에게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써 더 정밀한 중재 조정이 가능했다는 점입니다.


응용행동분석학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부모는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관찰자이자 중재의 공동 실행자입니다. 아이의 행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 변화가 지속되고 있는지, 생활 속에서 확장되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치료 성공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ABA 중재는 일관성과 반복을 통해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에, 부모가 변화의 흐름을 꾸준히 추적하고 기록하는 활동은 단순한 '참여'를 넘어선 '핵심 협력'에 해당합니다.

치료가 진행됨에 따라 변화는 명확하지 않게 나타나기도 하고, 이전에 개선된 행동이 다시 후퇴하는 모습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막연히 받아들이기보다는, 체크리스트나 일지를 통해 패턴을 인식하고 치료팀과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중재 목표를 보다 정밀하게 조정하고, 강화 전략이나 과제 난이도를 조율하는 근거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또한 부모가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구체적인 언어로 칭찬하거나 강화 피드백을 제공하면, 아이의 동기와 참여도가 상승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너 요즘 잘하고 있어'보다는 '오늘은 네가 말로 요구했구나! 엄마가 너무 기뻤어'와 같은 정서적 언어는 치료 효과를 생활 속으로 확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실천 팁:

  • 한 주에 1~2회씩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간단한 관찰 노트를 작성하세요.
  • 치료사와의 상담 시, 막연한 느낌이 아닌 ‘기록된 변화’를 바탕으로 논의하세요.
  • 변화가 보이지 않을 때는 ‘어떤 항목에서 변화가 없는지’를 구체화해 대안을 요청하세요.
  • 같은 항목이라도 상황별로 세분화하여 기록하세요. (예: ‘식사 전 요청 행동 vs 외출 전 요청 행동’)
  • 아이의 변화는 수치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행동의 맥락과 질적인 부분을 함께 고려하세요.

이러한 일상 속 점검은 치료 방향을 조정하고, 부모의 참여 동기를 높이며, 아이의 진전을 보다 명확히 인식하게 도와줍니다.


참고문헌

  1. Hanley, G. P. (2012). Functional assessment-based interventions for problem behavior: A practical guide. Behavior Analysis in Practice, 5(2), 54–62. https://doi.org/10.1007/BF03391821
  2. Cooper, J. O., Heron, T. E., & Heward, W. L. (2020). Applied Behavior Analysis (3rd ed.). Hoboken, NJ: Pearson Education. https://www.pearson.com/en-us/subject-catalog/p/applied-behavior-analysis/P20000000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