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인식
“ABA 치료를 6개월 받았는데, 잘 하고 있는 걸까요?” “다른 아이들은 금방 말도 늘었다던데, 우리 아이는 아직도 변화가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부모들이 ABA(응용행동분석) 치료를 받으며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바로 “얼마나 변화했는가?”에 대한 실감입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단기간에 눈에 띄지 않을 수 있고, 아이마다 진전 속도도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나 조급함은 오히려 치료의 방향을 흐릴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가장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실제 아이의 변화 사례를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기대치 설정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ABA 치료를 통해 변화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어떤 경로로 진전이 이루어졌고, 어떤 요소가 효과를 높였는지를 살펴봅니다. 사례는 실무 기반의 상담과 중재 기록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핵심 개념: 변화는 '지속적 반복과 일관성'에서 온다
ABA 치료는 강화, 소거, 모방, 촉진 등의 이론에 기반하여 아동의 행동을 조형해 나가는 체계적인 접근입니다¹. 그러나 이 접근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실행과 충분한 반복, 그리고 아동의 현재 발달 단계에 적절한 과제 구성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Cooper et al.(2020)은 행동 변화의 핵심 원리로 ‘강화계획의 명확성’, ‘환경의 통제 가능성’, ‘점진적 기술 확장’을 제시하며, 부모의 협력과 관찰이 치료 효과의 지속성을 결정짓는다고 설명합니다². 즉, 단기간의 빠른 변화보다는 작은 변화들이 누적되고 일반화되는 과정이 진정한 행동 변화입니다.
사례 예시 1: 3세 자폐 아동의 초기 중재 변화
지민(가명, 만 3세)은 자폐 진단 직후 ABA 치료를 주 5회, 회기당 1시간씩 받기 시작했습니다. 주요 중재 방식으로는 **DTT(이산시도훈련)**과 강화계획 설계, 자극 일반화를 위한 환경 조정이 적용되었습니다. 초기 문제행동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요구 시 울음, 바닥 치기
- 사소한 변화에 대한 강한 저항 (예: 컵 위치 바뀜)
- 시선 회피, 이름 불러도 반응 없음
1개월 후 변화
- 라포 형성 중심 세션 진행 (놀이, 강한 강화물 제공)
- 울음 빈도 감소, 손잡기 등의 신체적 접근 가능
- 눈맞춤 빈도 소폭 증가
3개월 후 변화
- 간단한 지시 반응 가능 (“앉아”, “줘”) → 정확도 40~60%
- 요구 시 그림카드 사용 (PECS 1단계 적용)
- 일상 루틴(정리, 간단한 식사 준비)에 부분적 참여
6개월 후 변화
- 말 대신 손가락 가리키기, 몸 이끌기 등 의사소통 시도 증가
- 행동 강도 감소, 울음 대신 짧은 소리 표현 대체
- 치료사 이외 인물(부모, 조부모) 앞에서도 배운 기술 사용 시도
치료사는 지민의 변화가 상대적으로 느리지만, '행동의 질적 변화'와 '환경 일반화'가 점진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결과라고 평가했습니다.
사례 예시 2: 고기능 아동의 사회성 기술 향상
태윤(가명, 만 6세)은 언어 표현이 가능하나, 상호작용과 대화의 규칙이 부족한 고기능 자폐 아동으로, ABA 치료에서 **사회성 기술 훈련(Social Skills Training, SST)**과 함께 모델링(modeling), 차등 강화(DRA) 전략이 병행되었습니다. 초기에는 다음과 같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또래와 대화 시 눈을 피하거나 혼잣말 반복
- 주제 전환 어려움, 질문 무시
- 놀이 규칙 이해 부족
2개월 후 변화
- SST 세션에서 역할극을 통해 간단한 질문-응답 훈련
- 치료사 주도의 대화 전환 연습 시도
5개월 후 변화
- 또래와의 놀이 시도 증가 (블록 놀이, 간단한 게임)
- “나도 해도 돼?” “너 이름 뭐야?” 등 자발적 질문 표현 등장
- 놀이 후 “고마워”, “또 하자”와 같은 긍정적 마무리 문장 사용 가능
태윤의 부모는 “또래와 눈을 마주치지 않던 아이가 놀이 중 친구에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치료사는 SST 훈련이 단기간의 유창성보다는, 반복적 시도와 정서적 안정 환경이 함께할 때 효과적임을 강조했습니다.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ABA 치료는 단기적인 변화보다 장기적 누적의 과정을 통해 아이의 삶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변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경우도 많고, 후퇴와 재성장 단계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매 순간 아이의 '작은 진전'을 관찰하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자세는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는 요소입니다. 또한 치료사와 지속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중재의 방향을 조정하는 협력적 관계가 중요합니다.
실천 가이드:
- 변화는 '행동의 양'보다 '기능과 맥락의 변화'에 주목하세요.
- 기대치를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우리 아이만의 변화를 기록하세요.
- 중간점검(3개월, 6개월 단위)을 통해 치료 목표의 적절성을 검토하세요.
- 치료사가 아닌 일상 속 인물(부모, 형제자매)과의 상호작용에서도 배운 행동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하세요.
참고문헌
- Lovaas, O. I. (1987). Behavioral treatment and normal educational and intellectual functioning in young autistic children.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5(1), 3–9. https://doi.org/10.1037/0022-006X.55.1.3
Cooper, J. O., Heron, T. E., & Heward, W. L. (2020). Applied Behavior Analysis (3rd ed.). Hoboken, NJ: Pearson Education. https://www.pearson.com/en-us/subject-catalog/p/applied-behavior-analysis/P20000000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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