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인식
“치료 시작만 하면 아이가 울어요.” “치료 가자고 하면 도망가거나 몸을 숨겨요.” “중재 중간에 도망가고 집중을 전혀 하지 않아요.”
ABA(응용행동분석) 치료는 아동의 행동 개선에 매우 효과적인 접근법으로 입증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이가 치료 자체를 거부하거나 불편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치료 초기에 낯선 환경과 요구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면, 아이는 회피 행동을 보이며 '치료 거부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느끼고, “우리 아이와는 ABA가 안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이가 치료를 싫어한다고 해서 ABA 자체가 부적절한 것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경우 치료 설계와 초기 접근 방식, 환경 조정, 라포 형성 과정의 조율을 통해 아이의 거부 반응을 줄이고 치료 수용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핵심 개념: '치료 거부'는 중재 조정의 신호다
ABA 치료는 아이의 반응을 기반으로 환경을 조작하여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치료 과정에서 아이가 강한 회피 반응이나 감정적 불편을 보인다면, 이는 중재 설계가 현재 아이의 정서 상태나 발달 수준과 불균형이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로 이해해야 합니다¹.
Cooper et al.(2020)는 효과적인 중재 설계의 조건으로 과제의 난이도, 강화물의 매력도, 세션 구조의 유연성을 강조하며, 치료 초기에는 라포 형성과 동기 유발에 집중할 것을 권장합니다². 즉, 아이가 치료를 싫어하는 이유는 치료 자체가 나빠서가 아니라, 아직 치료가 '아이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ABA 치료는 괴로운 시간이 아니라, 즐겁고 보상이 따르는 활동'임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치료사는 치료 구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부모는 감정적 안정과 긍정 경험을 제공하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구체 전략: 치료 거부 반응을 완화하는 실천법
- 라포 형성에 충분한 시간 투자
- 치료 초기에는 과제를 제시하기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함께 하며 친밀감을 쌓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치료사가 함께 만지거나, 아이가 웃을 수 있는 놀이를 충분히 포함시켜야 합니다.
- 요구 수준을 낮추고 성공 경험을 설계
- 처음부터 높은 요구나 지시가 많으면 아이는 부담을 느끼게 됩니다. 치료 목표를 세분화하여 아주 간단한 반응만 보여도 즉시 강화(칭찬, 간식, 놀이 등)를 제공하여 '나는 할 수 있다'는 경험을 심어줘야 합니다.
- 강화물의 품질과 빈도 점검
- 아이에게 실제로 매력적인 강화물을 제공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또한 행동 직후 즉시 강화가 이루어지는지도 평가해야 합니다. 반응 후 3초 이내에 강화가 주어져야 효과가 큽니다³.
- 치료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
- 긴 세션은 아이에게 피로감을 줄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세션을 10~15분으로 짧게 시작하고, 아이의 반응이 안정될수록 점차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세션 중간 휴식이나 자유 놀이 시간을 포함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 회피 행동의 기능 분석 및 대체 전략 제공
- 아이가 도망치거나 울음을 보이는 행동은 대개 회피/거부 기능을 가집니다. 이때 아이가 '적절하게 요청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기능적 의사소통 훈련(FCT)을 함께 실시하면 치료 협조도가 높아집니다⁴.
사례 예시
지우(가명, 4세)는 ABA 치료 첫날부터 강한 거부 반응을 보였습니다. 치료사가 등장하면 울음을 터뜨리고 방 구석으로 숨는 행동을 반복했습니다. 첫 2회기는 거의 진행이 불가능했고, 부모는 치료 중단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치료사는 라포 형성을 위한 '놀이 기반 세션'으로 중재 전략을 전환했습니다. 첫 3일간은 과제를 제시하지 않고 지우가 좋아하는 동요를 함께 듣고, 풍선 놀이, 간단한 숨바꼭질을 하며 긍정적 상호작용을 쌓았습니다. 이후 아주 쉬운 과제(예: 손바닥 치기)를 제시했고, 반응이 나타나자 즉시 칭찬과 사탕을 제공했습니다. 세션은 10분 단위로 짧게 구성되었고, 점차 20분, 30분으로 확장되었습니다.
3주가 지나면서 지우는 치료사가 오는 것을 기대하게 되었고, 세션 시작 전 의자에 앉아 기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부모는 “이제는 지우가 먼저 치료사한테 달려간다”며 변화에 만족감을 표현했습니다.
※ 위 사례는 실무 기반 자문을 토대로 재구성된 예시이며, 아동 이름은 가명입니다.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아이의 치료 거부 반응은 ABA 중재 실패가 아니라, 치료의 조건을 조정해야 한다는 피드백입니다. 부모와 치료사는 아이가 치료를 긍정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라포 형성과 성공 경험 설계, 강화물 검토, 세션 유연화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다음 질문을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 아이와 치료사 사이에 신뢰가 형성되었는가?
- 치료는 아이에게 즐거운 경험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 강화물이 충분히 매력적인가?
- 요구 수준이 아이의 현재 능력에 적절한가?
- 아이의 회피 행동은 적절한 대체 방법으로 전환되고 있는가?
이러한 점검을 바탕으로 중재를 조율해 나간다면, 아이는 치료를 싫어하는 존재가 아닌 “즐겁고 나에게 도움이 되는 시간”으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 Hanley, G. P. (2010). Toward preventive interventions for severe problem behavior. Journal of Applied Behavior Analysis, 43(1), 97–100. https://doi.org/10.1901/jaba.2010.43-97
- Cooper, J. O., Heron, T. E., & Heward, W. L. (2020). Applied Behavior Analysis (3rd ed.). Hoboken, NJ: Pearson Education. https://www.pearson.com/en-us/subject-catalog/p/applied-behavior-analysis/P200000003800
- Lovaas, O. I. (1987). Behavioral treatment and normal educational and intellectual functioning in young autistic children. Journal of Consulting and Clinical Psychology, 55(1), 3–9. https://doi.org/10.1037/0022-006X.55.1.3
- Carr, E. G., & Durand, V. M. (1985). Reducing behavior problems through functional communication training. Journal of Applied Behavior Analysis, 18(2), 111–126. https://doi.org/10.1901/jaba.1985.1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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