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

치료 효과가 느릴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대응 전략

damjun 2025. 4. 13. 08:53

문제 인식

“치료를 몇 달째 받고 있는데, 아직 큰 변화가 없어요.”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지치고 답답해요.”

ABA 치료는 과학적 근거와 체계적인 접근법을 기반으로 하나, 모든 아이가 동일한 속도로 반응하지는 않습니다. 일부 아이는 짧은 시간 내에 반응이 나타나는 반면, 어떤 아이는 여러 달이 지나도 가시적인 변화가 적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또래 아이는 몇 주 만에 그림카드를 사용하는데, 내 아이는 몇 달이 지나도 여전히 행동이 변화하지 않는 듯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부모는 “우리 아이는 ABA가 안 맞는 건 아닐까?”, “혹시 치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의심과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또한 시간, 비용, 에너지의 투자가 이어지다 보면 좌절감과 탈진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 효과가 느리다는 것은 반드시 치료가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시기에 부모가 중재 과정을 점검하고, 실천 전략을 조정하며,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 시기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방향성과 기반을 다지는 시점으로 보아야 합니다. 오히려 이러한 시기에 부모가 중재 과정을 점검하고, 실천 전략을 조정하며, 감정적 균형을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핵심 개념: 치료 반응 속도는 아동마다 다르다

ABA 중재에서의 행동 변화는 ‘누적적 강화’와 ‘일관된 반복’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단기간의 반응만으로 치료의 성패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문제행동의 기능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는 경우나, 언어적 표현이 부족한 아동은 반응을 형성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¹.

Cooper et al.(2020)은 행동변화 속도에 영향을 주는 주요 요인으로 다음을 제시합니다²:

  • 아동의 발달 수준 및 이전 학습력
  • 문제행동의 지속 기간과 기능 강도
  • 강화물의 적절성 및 제공 빈도
  • 환경 간 일관성(치료실, 가정, 학교 등)

따라서 치료 효과가 더디게 나타날 때는 중재 자체를 즉각 중단하기보다는, 치료 설계와 환경, 실행 방식 전반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입니다.


구체 전략: 반응이 느릴 때 실천할 수 있는 5가지 방법

1. 중재 목표 세분화 및 기대 수준 조정

  • 지나치게 크거나 추상적인 목표(예: 말하기, 친구랑 놀기)는 아이에게 높은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 목표를 행동 단위로 나누고, 아주 작은 진전도 강화합니다. (예: 눈맞춤 → 손 뻗기 → 말 흉내 → 단어 말하기)

2. 강화물의 질과 조건 재점검

  • 현재 사용 중인 강화물이 아이에게 여전히 매력적인지 평가하고, 강화 제공 타이밍이 즉각적인지 확인합니다.
  • 선호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 새로운 강화물을 탐색합니다.

3. 가정과 치료 환경의 일관성 확보

  • 치료실에서만 반응이 나타나고 집에서는 유지되지 않는다면, 가정에서의 중재 방식과 반응 조건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합니다.
  • 부모 교육 또는 가정 연계 중재를 통해 일관성 강화를 도모합니다.

4. 데이터 기반 점검으로 진행 상황 확인

  • 막연히 ‘변화가 없다’는 느낌 대신, 기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전 여부를 확인합니다.
  • 빈도, 성공률, 반응 시간 등의 항목을 간단히 그래프로 시각화하면 효과적입니다.

5. 정서적 소진 방지를 위한 부모 자기관리

  • 치료 속도가 느릴수록 부모의 스트레스는 누적됩니다.
  • 치료사와의 소통을 통해 현실적 기대치를 설정하고, **부모 스스로의 정서 회복 전략(휴식, 상담, 커뮤니티 등)**을 병행해야 합니다.

사례 예시

지아(가명, 만 5세)는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고 ABA 치료를 주 3회 받고 있었습니다. 초기 목표는 '원하는 것을 말로 요청하기'였지만, 2개월이 지나도 자발적인 요청 행동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치료사 앞에서도 반응이 드물었고, 가정에서는 울음과 신체적 거부 행동이 반복되었습니다.

지아의 부모는 “이게 맞는 치료인지 모르겠다”며 치료 중단을 고려했습니다. 특히 또래 아동이 빠르게 말하거나 행동을 변화시킨 사례와 비교하면서, 지아의 변화가 없다는 점에 크게 낙담했습니다. 부모는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음에도 눈에 띄는 결과가 없자, 감정적으로 탈진 상태에 가까워졌습니다.

하지만 치료사는 지아의 행동을 분석한 결과, 기존 목표가 다소 추상적이며 현재 지아의 발달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높았음을 인식했습니다. 이에 따라 목표를 세분화하여 “요구 말하기”를 '물건 가리키기 → 소리 내기 → 단어 말하기'라는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강한 강화물을 제공하도록 중재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또한 강화물 선호도 평가를 통해 새롭게 선택된 강화물을 사용하고, 부모에게는 동일한 훈련을 집에서 1일 10분 실천하도록 가이드를 제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아는 부담을 줄이며 행동을 시도할 수 있었고, 4주 후에는 장난감을 가리키는 행동이 빈번히 나타났으며, 이후 짧은 소리로 요구 표현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는 변화가 더디더라도, 목표의 현실성 조정과 환경 일관성 확보, 부모의 감정적 안정이 함께 이루어질 때 치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 위 사례는 실무 기반 내용에 가명을 적용한 예시입니다.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치료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에는 작은 변화가 누적되며 점진적으로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시기에 부모가 좌절하거나 조급함을 느낀다면, 아이의 학습과 안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점검 질문을 통해 현재 상황을 분석해보세요:

  • 목표가 너무 크거나 모호하진 않은가?
  • 아이가 좋아하는 강화물이 여전히 효과적인가?
  • 가정과 치료실 간 중재 방식이 다른가?
  • 구체적인 진전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는가?
  • 내가 너무 지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러한 질문을 바탕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치료사와 협력하며 중재를 이어간다면, 지금은 더뎌 보이는 변화가 결국 아이의 중요한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응용행동분석학


참고문헌

  1. Lerman, D. C., & Iwata, B. A. (1996). Developing a technology for the use of operant extinction in clinical settings: An examination of basic and applied research. Journal of Applied Behavior Analysis, 29(3), 345–382. https://doi.org/10.1901/jaba.1996.29-345
  2. Cooper, J. O., Heron, T. E., & Heward, W. L. (2020). Applied Behavior Analysis (3rd ed.). Hoboken, NJ: Pearson Education. https://www.pearson.com/en-us/subject-catalog/p/applied-behavior-analysis/P20000000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