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

자폐 진단 초기,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damjun 2025. 4. 13. 10:00

문제 인식

“우리 아이가 자폐라니 믿기지 않아요.”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이 내려졌을 때, 많은 부모들은 처음으로 ‘내 아이가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시기는 가족 전체에게 심리적으로 매우 큰 전환점이며, 충격, 혼란, 죄책감, 부정, 분노, 우울감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 시기에 적절한 정보와 실천 전략이 주어지지 않으면, 감정적 부담이 행동적 마비로 이어져 조기 개입 시기를 놓치게 되는 위험이 있다는 점입니다. 조기 개입은 자폐 아동의 전반적인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기회 창이며, 부모의 대응 속도와 질이 이 효과를 결정짓는 데 핵심 역할을 합니다¹.

ABA(응용행동분석)를 포함한 조기 중재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활발한 시기에 행동 패턴을 수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자원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부모 행동과 결정은 아이의 인생 경로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².


핵심 개념: 초기 반응은 개입의 질과 속도를 좌우한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 진단 후 초기 6개월은 중재 개입을 설계하고, 실행하고,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황금기로 간주됩니다³. 부모가 이 시기에 정보 수집, 치료 탐색, 중재 선택, 실천 전략 수립을 체계적으로 밟을수록, 치료 효과와 유지율이 현저히 높아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반대로 아래와 같은 초기 실수들은 중재의 흐름을 방해하고 개입 시점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 진단 자체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며 행동 개입을 미루는 것
  • 입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유튜브 기반 자가중재에 의존하는 것
  • 특정 치료 접근법에 대한 맹신으로 융통성 없는 실행 방식 고수
  • 정보가 너무 많아 결정 마비(decision paralysis)에 빠지는 경우

특히 Cochrane 데이터베이스 리뷰에서는 부모가 개입 실행의 주요 촉진자이자 저해 요소가 될 수 있으며, 감정적 회복, 정보 이해력, 실천 전략 간의 상호작용이 치료 성과를 결정짓는 요소라고 강조합니다⁴.


구체 전략: 진단 초기 부모가 실수하지 않기 위한 5가지 조언

1. 감정을 인정하되 행동으로 전환하기

  • 진단을 받은 직후 ‘충격’을 받는 것은 정상이지만, 그 감정에 오래 머무르면 개입 시기를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 ‘부정’보다는 ‘수용’, ‘좌절’보다는 ‘정보 탐색’으로 사고 흐름을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 심리 상담이나 부모 커뮤니티 참여도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2. 과학적 근거가 있는 중재부터 시작하기

  • 인터넷에는 많은 민간요법(예: 장해독, 고압산소요법, 글루텐프리 식단)이 돌아다니지만, 그 대부분은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거나 효과가 제한적입니다.
  • 미국 소아과학회(AAP)와 미국정신의학회(APA)는 ABA, 언어치료, 놀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핵심 중재로 권장합니다⁵.

3. 융통성 있는 치료 실행 구조 만들기

  • 특정 치료법만을 고집하면 아이의 반응에 맞춘 유연한 전환이 어려워집니다.
  • 예: ABA와 놀이 기반 접근법을 병행하거나, 치료 빈도를 상황에 맞게 조절하는 것 등이 도움이 됩니다.

4. 비교 대신 관찰과 기록에 집중하기

  • ‘또래 아이와의 비교’는 스트레스만 유발할 뿐, 의미 있는 정보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 대신 아이의 **작은 변화(눈맞춤, 손짓, 자발적 반응 등)**를 매일 기록하며 치료사와 공유하세요.

5. 전문가와의 소통 루트 확보하기

  • 진단 직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중 하나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을 만드는 것입니다.
  • 발달 전문의, 임상심리사, 행동분석가(BCBA) 등과 연결되어 조언을 받을 수 있어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사례 예시

세은(가명, 만 3세)은 언어 지연과 감각 예민을 보여 발달검사를 받았고, 자폐 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습니다. 부모는 진단 후 큰 충격에 빠졌고, “우리 아이는 아닐 거야”라는 생각으로 몇 주간 치료기관에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유튜브와 블로그를 검색하며 ‘비언어 아동의 30일 기적’이라는 민간 프로그램을 선택해 비용을 지불하고 참여했지만, 아이는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며 중재를 거부했습니다.

이후 공공 발달센터에 재문의하여, 아동 행동 평가와 보호자 상담을 받고, 지연 발달 수준에 맞는 DTT 기반 ABA 프로그램을 주 3회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치료사는 부모에게 행동 기록지를 활용한 일상 관찰법을 안내했고, 부모는 매일 자발적 반응과 문제행동 발생시간을 기록해 세션마다 공유했습니다.

3개월 후, 세은은 치료사와 손뼉 맞추기, 요청 시 손 내밀기 등의 행동을 보여주었고, 공격 행동은 70% 이상 감소하였습니다. 부모는 “처음엔 길을 몰라 방황했지만, 정보를 정확히 알고 나서야 아이와 함께 걷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 위 사례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예시이며, 이름은 가명입니다.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자폐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부모는 ‘이해와 수용’, ‘정보 탐색과 실행’ 사이에서 방황하게 됩니다. 이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하지만 이때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구조화된 실천으로 전환하는 부모는, 아이의 발달을 한층 더 효과적으로 지지할 수 있습니다.

실천을 위한 자기 점검 질문과 구체적 예시

  1. 나는 감정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
    → 예시 답변: “처음엔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지만, 지금은 치료센터를 찾아보고 있어요.”
  2. 지금 내가 믿는 정보는 과학적 검증을 거쳤는가?
    → 예시 답변: “유튜브보다는 병원에서 추천받은 자료나 협회 웹사이트를 참고하고 있어요.”
  3. 전문가와 상담을 시작했는가?
    → 예시 답변: “아동발달센터에 등록했고, 행동분석가와 주 1회 상담을 진행 중이에요.”
  4. 아이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는가?
    → 예시 답변: “요즘은 매일 저녁마다 아이가 어떤 표현을 했는지 다이어리에 적고 있어요.”
  5. 다른 아이와 비교하는 습관에서 벗어나고 있는가?
    → 예시 답변: “이젠 비교보다는 아이가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졌는지에 집중하려 해요.”

이러한 질문은 단지 인식 차원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 내적 점검 도구입니다. 부모는 중재의 시작점이자 지속의 기반이며, 자녀의 행동 변화는 부모의 태도와 실천에서 출발합니다.

마지막 조언

  • 당장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지금 할 수 있는 한 가지’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 전문가와 함께 현실적인 중재 목표를 세우고, 중간마다 감정과 방향성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 무엇보다, 당신은 이미 아이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그 자체로도 훌륭한 출발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 구조화된 정보와 전문가의 조력이 제공된다면, 초기 실수를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점검해보세요:

  • 나는 감정을 너무 오래 붙잡고 있지는 않은가?
  • 지금 내가 믿는 정보는 과학적 검증을 거쳤는가?
  • 전문가와 상담을 시작했는가?
  • 아이의 행동을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는가?

이러한 자기 점검은 단지 중재의 출발선이 아니라, 아이의 장기적인 삶의 방향성을 세우는 기초 작업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Zwaigenbaum, L., et al. (2015). Early intervention for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 under 3 years of age: Recommendations for practice and research. Pediatrics, 136(S1), S60–S81. https://doi.org/10.1542/peds.2014-3667E
  2. Schreibman, L., Dawson, G., Stahmer, A. C., et al. (2015). Naturalistic developmental behavioral interventions: Empirically validated treatments for autism spectrum disorder. Journal of Autism and Developmental Disorders, 45(8), 2411–2428. https://doi.org/10.1007/s10803-015-2407-8
  3. Stahmer, A. C., Rieth, S. R., Lee, E., et al. (2019). The importance of early intervention for children with autism. Autism, 23(2), 350–370. https://doi.org/10.1177/1362361317727120
  4. Oono, I. P., Honey, E. J., & McConachie, H. (2013). Parent-mediated early intervention for young children with autism spectrum disorders (ASD). Cochrane Database of Systematic Reviews, 2013(4). https://doi.org/10.1002/14651858.CD009774.pub2
  5.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2020). Autism spectrum disorder. In Pediatrics Textbook of Primary Care Medicine (Chapter 45). https://pediatrics.aappublication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