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인식: "치료실에 가기 싫어요!"
“우리 아이는 ABA 치료가 있는 날마다 울어요.” “치료사가 오면 숨고 도망가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점점 거부 반응이 심해졌어요.”
많은 부모들이 ABA 치료를 시작한 초기에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출발하지만, 며칠 혹은 몇 주가 지나면 아이의 거부 반응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치료사 앞에서 울거나, 도망치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때, 부모는 ‘이 방법이 정말 우리 아이에게 맞는 걸까?’ 하는 고민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ABA 치료에 대한 거부 반응은 꽤 일반적인 초기 반응이며, 이 시기를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치료의 효과와 아이의 정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2. 핵심 개념: 거부 반응의 원인을 이해하자
ABA 치료에 대한 거부 반응은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 중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과도한 과제 요구: 치료 세션이 아이에게 너무 어렵거나, 흥미가 없거나, 휴식 없이 이어지는 경우
- 낯선 환경 또는 인물: 치료사와 충분한 라포가 형성되지 않았거나, 치료 환경이 낯선 경우
- 회피 목적의 문제행동: 아이가 싫은 활동을 피하기 위해 울기, 도망가기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
- 강화물의 흥미 저하: 사용하는 보상이 아이에게 더 이상 동기부여를 주지 못하는 경우
ABA에서 중요한 것은 **행동의 기능(function)**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거부 반응을 보일 때, 그 행동이 어떤 목적(회피, 관심, 자극 조절 등)을 갖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전략을 조정해야 합니다.
3. 대처 전략: 아이의 거부 반응에 맞서는 5가지 방법
1) 라포(Rapport) 형성부터 다시 시작하기
- 아이가 치료사를 안전하고 즐거운 사람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놀이 중심 상호작용으로 첫 세션들을 구성합니다.
- 과제를 제시하지 않고,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을 치료사와 함께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치료사는 아이의 흥미와 반응을 관찰하며, 자연스럽게 언어와 상호작용을 유도합니다.
2) 과제를 쉬운 수준부터 재설계하기
- 거부 반응이 클수록, 치료에서 요구하는 과제가 현재 아이의 능력보다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 성공 경험을 줄 수 있는 쉬운 과제부터 시작하고, 점차 난이도를 올리는 프리맥 원리를 적용합니다.
- 예: “퍼즐 맞추기 1조각 성공 → 간식 제공 → 다음 1조각 도전” 방식
3) 강화물 새롭게 조정하기
- 아이가 기존에 좋아하던 보상(사탕, 장난감, 스티커 등)이 식상해졌을 수 있습니다.
- 치료 전 **선호도 평가(preference assessment)**를 실시하여 현재의 강화물을 새롭게 구성합니다.
- 감각 자극, 놀이 활동, 영상 시청 등 다양한 유형의 강화물을 고려해야 합니다.
4) 세션 길이와 구조를 조정하기
- 초반에는 치료 시간을 짧게(5~10분) 유지하고, 긍정적 상호작용 중심으로 구성합니다.
- 과제-놀이-과제 순서처럼 구조화된 순환으로 세션을 구성하여 아이의 긴장을 완화시킵니다.
- 치료 세션 도입 시 타이머, 그림 순서표, 시각적 예고 도구 등을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5) 문제행동은 회피 수단으로 강화하지 않기
- 아이가 울거나 도망갈 때마다 치료가 중단된다면, 이 행동은 회피를 위한 도구로 학습될 수 있습니다.
- 문제행동이 발생해도 치료사가 즉시 반응을 줄이고, 대체 행동을 유도해야 합니다.
- 단, 강압적인 방식은 피하고, 아이가 감정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재시도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4. 사례 예시: 치료 거부 반응을 보인 5세 아동의 변화 과정
민우(가명)는 5세 남아로, ABA 치료를 시작한 첫 주에는 비교적 순응적이었지만 2주 차부터 치료사가 집에 오면 방문 뒤에 숨거나, 손을 흔들며 거부 행동을 보였습니다. 치료사가 책상에 앉으라고 하면 울음을 터뜨렸고, 사탕이나 장난감을 보여줘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치료사는 민우의 행동이 ‘과제를 회피하려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다음 전략을 실행했습니다:
- 1~2회기 동안 책상 없이, 거실 바닥에서 놀기 중심으로 라포 형성
- 말 따라 하기, 눈 마주치기 등 아주 쉬운 과제부터 시작
- 놀이 중 자연스럽게 치료사가 강화물을 제공하여 ‘재미있는 사람’으로 각인시킴
- 세션 길이를 10분 이내로 제한하고, 놀이와 과제를 번갈아 배치
3주 후, 민우는 치료사의 이름을 부르며 맞이했고, 자발적으로 책상으로 이동하는 행동도 보였습니다. 치료 거부는 전혀 사라지진 않았지만, 아이의 감정 상태와 동기가 안정되었고 중재 진행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 위 사례는 실제 현장 경험을 토대로 구성한 예시이며, 아동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내용은 ABA 전문가의 실제 중재 전략 사례를 기반으로 각색되었습니다.
5.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아이의 ABA 치료 거부 반응은 일시적인 저항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시기를 아이의 언어가 아닌 행동으로 표현된 의사소통으로 이해하는 것입니다.
- 치료를 강행하기보다, 아이와 치료사의 관계 회복이 우선입니다.
- 과제를 쉬운 수준으로 낮추고, 강화물을 재설정하세요.
- 세션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하면서, 회피 행동이 보상을 받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 문제행동은 분석하고, 대체 행동을 길러주는 방식으로 접근하세요.
거부 반응을 넘긴 아이는, ABA 중재의 효과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첫 걸음을 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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