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

ABA 치료 효과가 느릴 때, 부모가 할 수 있는 대응 전략

damjun 2025. 4. 8. 23:15

1. 문제 인식: “왜 우리 아이는 변화가 없을까요?”

응용행동분석학

“ABA 치료를 시작한 지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이가 크게 달라지지 않아요.” “다른 아이들은 금방 말도 트이고 문제행동도 줄어들었다는데, 우리는 아직도 제자리걸음이에요.”

많은 부모들이 초기 ABA 치료의 효과가 더디게 느껴질 때 혼란과 불안을 겪습니다. 일부 아이들은 빠르게 변화를 보이지만, 많은 경우에는 아주 작은 변화가 누적되어 큰 진전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가집니다.

이 글에서는 치료 효과가 잘 보이지 않을 때, 부모가 점검해볼 수 있는 요소들과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대응 전략을 안내드립니다.


2. 핵심 개념: ABA 치료는 '점진적 변화의 누적'이다

ABA(응용행동분석)는 특정 기술이나 행동을 단시간에 습득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적절한 행동을 선택하고 반복하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강화하는 장기적 접근법입니다. 이 방식은 일관된 반복 학습과 기능 기반 중재를 통해 점차적으로 행동의 빈도와 질을 변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치료 효과가 더디게 보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초기 단계에서 변화가 외형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ABA는 세세한 행동 단위로 목표를 나누고, 이를 점진적으로 습득하도록 구성되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게 무슨 효과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또한 행동 중재 도입 초기에 흔히 나타나는 '소거 폭발(extinction burst)'—즉 문제행동이 일시적으로 더 심해지는 현상—도 부모의 불안을 가중시킵니다. 하지만 이는 기존에 강화받던 행동이 더 이상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자 아이가 강하게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며, 적절한 개입이 지속된다면 곧 안정화됩니다.

따라서 ABA의 효과를 평가할 때는 단기적인 기술 습득 여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전반적인 주의력, 라포 형성, 반응성, 문제행동 빈도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치료사와 부모 간의 지속적인 피드백과 조율이 매우 중요합니다.


3. 전략: 치료 속도가 느릴 때 부모가 점검해야 할 5가지

1) 치료 목표가 아이에게 적절한가?

  • 목표가 너무 높거나, 아이가 관심 없는 영역이라면 학습 동기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치료사의 목표가 실제 일상생활과 연결되는지, 아동의 현재 수준과 맞는지 검토가 필요합니다.
  • 예시: 아이가 언어 표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복잡한 문장 구조를 목표로 삼고 있다면, 1단계 목표(예: 눈 맞추기, 몸짓 요청)부터 재설계해야 합니다.

2) 강화물이 충분히 동기부여가 되는가?

  •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기존 강화물에 익숙해지고, 그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 매주 선호도 평가를 새로 실시해 아이가 ‘지금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 예시: 스티커나 사탕보다 놀이 시간, 음악 듣기, 특정 인형 놀이 등이 더 강력한 보상이 될 수 있음.

3) 치료사의 중재 방식이 아이에게 맞는가?

  • 같은 기법도 아동의 특성에 따라 반응이 다릅니다. 지나치게 구조적인 DTT보다 자연스러운 NET가 효과적인 아동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 치료사가 아동의 학습 스타일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중재 방식이 너무 단조롭거나 부담스럽지 않은지도 살펴야 합니다.

4) 가정에서의 일반화가 이루어지고 있는가?

  • 치료실에서 배운 행동이 집이나 외부 환경에서 반복되지 않는다면, 변화는 더디게 나타납니다.
  • 부모가 중재 내용을 이해하고, 일상 속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행동을 유도하고 강화하고 있는지 확인해보세요.

5) 부모와 치료사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한가?

  • 중재 방향에 대한 피드백이 부족하거나, 부모의 걱정이 전달되지 않는다면 조율이 어렵습니다.
  • 매주 또는 월 단위로 치료사와 소통 일지를 작성하거나, 중간 평가 시간을 정기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사례 예시: 6개월간 효과가 보이지 않았던 5세 아동

예린(가명)은 5세 여아로, ABA 치료를 주 4회씩 6개월째 받고 있었지만, 부모는 “언어 변화가 거의 없다”며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치료사와의 상담을 통해 예린의 중재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점진적 진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 치료 시작 전에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았던 아이가, 이제는 3초 이상 시선을 유지하고 있음
  • 낯선 사람 앞에서 울음을 보이던 아이가, 치료사에게 손 인사를 하는 단계까지 도달함
  • 문제행동(바닥에 눕기, 자해 등)의 빈도가 70% 감소함

이후 치료사는 언어 목표를 단어 모방으로 조정하고, 강화물을 기존 과자에서 '함께 놀이하기'로 전환했습니다. 2개월 후, 예린은 “주세요”, “더” 같은 단어를 하루 3~4회 자발적으로 표현하는 수준까지 성장했습니다.

※ 위 사례는 ABA 전문가 자문을 기반으로 재구성된 사례 예시입니다. 아동 이름은 가명이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상황이 일부 각색되었습니다.


5.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ABA 치료는 단기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응급 처치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의 삶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초 능력부터 차근차근 쌓아가는 교육적 접근입니다.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가 없다고 해서 치료가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작은 변화들이 쌓여 어느 순간 급격한 성장을 이끄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 효과가 더디게 느껴질 때, 부모는 다음과 같은 관점 전환이 필요합니다:

  • “왜 아직 말을 못 할까?” → “지금 아이가 말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얼마나 쌓고 있는가?”
  • “문제행동이 왜 안 줄지?” → “그 행동의 기능은 분석되었고, 대체 행동은 잘 가르쳐지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을 통해 중재의 방향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조정을 전문가와 함께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은 오늘부터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팁입니다:

  • 현재 치료 목표와 난이도가 적절한지 치료사와 논의하기
  • 보상(강화물)을 아이의 현재 선호에 맞게 재평가하기
  • 가정에서도 중재 내용을 복습하고 반복하기
  • 치료사와 정기적인 피드백 시간 만들기
  • 변화가 없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쌓이고 있다는 믿음 유지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