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행동분석

자폐 진단 초기, 부모가 가장 많이 하는 실수

damjun 2025. 4. 9. 20:20

1. 문제 인식: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우리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았어요. 머리가 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안 나더라고요.” “인터넷에는 정보가 너무 많고,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진단을 받은 직후 큰 혼란과 불안을 겪습니다. 이 시기에는 감정적으로도 압도되고, 동시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실질적인 고민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때의 부모의 첫 반응과 선택은 앞으로의 중재 방향과 아이의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본 글에서는 자폐 진단 초기 부모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중심으로, 이를 어떻게 예방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 안내합니다.


2. 핵심 개념: 진단은 끝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자폐 진단은 아이의 가능성을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지원을 설계하는 ‘출발점’입니다. 그러나 진단 자체를 ‘낙인’이나 ‘절망’으로 받아들이는 부모들도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다음과 같은 심리적 반응이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 부정: “설마 우리 아이가 자폐일 리 없어.”
  • 분노: “왜 하필 우리 아이야?”
  • 수용 거부: “그냥 좀 느린 거지, 치료까지는 필요 없을 거야.”

이러한 반응은 지극히 정상적인 ‘수용 과정’의 일부지만, 너무 오래 머물 경우 필요한 개입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진단을 받은 순간부터 정보 과잉에 노출되면서 부모는 자칫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치료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초기에는 감정을 수용하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별하고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중재 계획을 세워나가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3. 부모가 자주 하는 5가지 실수와 대응 전략

1) “아이를 정상으로 돌려야 해”라는 접근

  • 진단을 ‘고쳐야 할 문제’로 인식하면, 아이에게 무리한 훈련이나 잘못된 중재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 대응: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신경 발달의 다양성입니다. 아이의 강점과 어려움을 함께 인식하고, 기능적 기술을 키우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2)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이나 대체 치료 선택

  • 초기에는 초조함과 불안으로 인해 인터넷이나 지인 추천만을 믿고 치료법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대응: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치료는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드시 전문가(소아정신과, 특수교육 전문가, 행동분석가 등)의 평가와 추천을 기준으로 중재를 결정해야 합니다.

3) 너무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습득하려 함

  • 진단 직후 부모는 '무언가 빨리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입니다. 이로 인해 블로그, 유튜브, SNS, 부모 커뮤니티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찾아보게 되지만, 그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방향을 잃게 됩니다.
  • 어떤 정보는 과장되어 있고, 어떤 정보는 특정 제품이나 치료를 과도하게 홍보하기도 합니다. 특히 사례 중심 콘텐츠는 자칫 ‘우리 아이는 왜 다르지?’라는 불필요한 비교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대응: 이 시기에는 양보다 질이 중요합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KODDI),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소아정신과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료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하며, 진료 및 상담을 통해 전문가가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정보에 우선순위를 둬야 합니다. 필요한 경우 상담 기록이나 질문을 정리하여 다음 방문에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4) 배우자나 가족 간의 협의 없이 혼자 결정함

  • 진단을 받은 부모 중 한 사람만 모든 정보를 탐색하고,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나 치료나 중재는 혼자의 책임으로 감당하기엔 부담이 크고,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어렵습니다.
  •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면, 아이에게 일관되지 않은 중재 방식이 적용되거나, 양육 부담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며 스트레스가 누적될 수 있습니다. 또한, 배우자나 조부모 등은 아직 진단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수도 있으며, 이런 상태에서 진행하는 중재는 갈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 대응: 진단 후에는 반드시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정보 공유 및 감정 나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전문가와 함께하는 가족 교육 세션에 동반 참여하거나, 중재 계획을 문서화하여 가족 모두가 중재 기준과 목표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한 결정은 가족이 함께 내려야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지원이 가능합니다.

5) “아직 어려서 기다려보자”며 개입을 미루기

  •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혹은 언젠간 따라잡겠지라는 기대는 중요한 개입 시기를 놓치게 만듭니다.
  • 대응: 발달은 시간 싸움입니다. 개입은 빠를수록 좋으며, 2~4세는 특히 중재 효과가 크기 때문에 진단 즉시 개입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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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례 예시: 진단 직후 중재를 미뤘던 부모의 후회

지훈(가명)은 만 3세 무렵, 언어가 거의 없고 눈 맞춤이 부족한 상태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초기 진단 당시 부모는 “조금 느릴 뿐이지,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니냐”며 적극적인 중재를 미뤘습니다. 주변 지인들이 “그 나이 땐 원래 말이 느린 애들도 있어”라는 말을 했고, 아이가 힘들어하는 치료를 억지로 시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성장할 것이라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훈은 또래 아동과의 격차가 더욱 커졌고, 돌발 상황에서 울음을 참지 못하거나 공공장소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는 빈도도 증가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부모는 다시 전문가를 찾아가 ABA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미 행동 패턴이 굳어지고 사회성 기술의 간극이 커져 중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치료를 시작한 후 6개월이 지나자 문제행동은 점차 감소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요구 표현 등의 기능적 행동이 증가했지만, 부모는 “이 과정을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아이도, 우리도 덜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위 사례는 실제 자문 사례를 기반으로 재구성된 예시이며, 이름은 가명입니다.


5.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자폐 진단 초기, 부모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힘은 '진단 여부'가 아니라, 그 진단 이후 부모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다음은 진단 초기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입니다:

  • 감정을 부정하지 말고, 주변의 지지체계를 활용하세요 (가족, 전문가, 부모모임)
  • 단기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단계별 계획을 세우세요
  • 신뢰할 수 있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치료사와 소통하세요
  • 가능한 한 빠르게,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세요

다음 글에서는 ABA 치료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할 5가지를 안내드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