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제 인식: “바로 치료를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진단 받자마자 ABA 치료를 시작하라는데, 준비 없이 바로 시작해도 되는 건가요?” “어떤 치료사를 만나야 하고, 뭘 먼저 준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자폐 진단 직후, 빠르게 행동중재를 시작하라는 권고를 듣습니다. 실제로 조기 개입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준비 없이 시작한 치료는 아동의 특성과 맞지 않거나, 부모의 기대와 엇갈리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ABA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부모가 반드시 고려하고 준비해야 할 핵심 요소 5가지를 안내드립니다.
2. 핵심 개념: 조기 개입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많은 연구와 임상 경험에 따르면, 자폐 스펙트럼 아동에게 있어 조기 개입은 인지 발달, 언어 습득, 사회성 향상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빠르게 시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시작하느냐입니다. 단지 빠르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현재 상태와 환경에 적합한 방향을 잡고 출발하는 것이 ABA 치료의 성공 여부를 가릅니다.
ABA 치료는 특정 기법만으로 진행되는 일률적인 방식이 아닙니다. 치료사의 접근법, 치료 세션의 구조, 아이가 선호하는 강화물, 부모의 참여 정도 등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야만 효과가 나타납니다. 만약 이러한 조건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치료를 진행한다면, 아이는 낯선 사람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하거나 과제 수행을 거부하게 되고, 치료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신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부모 역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한 치료가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경우 쉽게 지치고, 중간에 중단하거나 회의감을 느끼게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치료 효과 자체를 방해할 뿐 아니라, 아동에게도 불안정한 중재 경험으로 남게 됩니다.
결국 조기 개입은 단순히 ‘빠르게’ 시작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적절한 평가, 가족의 참여 준비, 치료사의 역량 확인, 아동의 선호도 파악, 세션의 구조화 여부 등 전반적인 준비 과정이 동반되어야만 조기 개입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습니다.
3. ABA 치료 전 부모가 준비해야 할 5가지 요소
1) 치료의 목적과 우선순위 설정
- 모든 행동을 한꺼번에 바꾸려는 욕심은 오히려 중재 집중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 아이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행동(예: 문제행동, 의사소통, 자기조절 등) 중 가장 시급한 영역을 치료사와 함께 정해야 합니다.
- 예시: 말보다 문제행동이 심한 경우, 의사소통보다 행동 기능 개선을 우선 목표로 설정
2) 가족 내 중재 협력 구조 만들기
- 치료가 가정 내에서도 일관되게 작동하려면, 부모와 돌봄자 모두가 중재 방향과 목표를 공유해야 합니다.
- 치료사와 상담 후, 가정에서도 실천할 수 있는 활동과 강화 방식을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가족 회의, 중재 수첩 공유, 영상 녹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업이 가능합니다.
3) 아이의 선호도와 민감성 정보 정리
- 아이가 좋아하는 것(장난감, 간식, 활동), 싫어하는 자극(소리, 냄새, 터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면 치료사에게 큰 도움이 됩니다.
- 예시: 특정 노래에 집중하거나, 낯선 사람에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패턴 등
- 이러한 정보는 초기 세션 구성과 라포 형성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됩니다.
4) 치료사와의 초기 상담 및 관찰 동행
- 상담 초기에는 치료사가 아동을 관찰하고,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파악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부모가 동행하여 아이의 특성과 가족의 우려를 직접 공유하는 것이, 치료사의 접근을 더 정밀하게 만듭니다.
- 라포 형성 기간이 포함된 세션 구성은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중재 적응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5) 부모 자신의 마음 준비와 지속 가능성 점검
- ABA 치료는 단기 개입이 아닌 장기적인 여정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중도 포기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 치료비, 시간 배치, 돌봄 분담 등을 고려하여 지속 가능한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 또한, 부모가 너무 큰 압박을 느끼지 않도록 정서적 지지 자원을 함께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4. 사례 예시: 준비 없이 시작했던 4세 아동의 초기 적응 실패
하윤(가명)은 4세 남아로, 진단 직후 부모는 ABA 치료를 빠르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첫 치료사와의 세션에서 아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지시에 거부 반응을 보이며 반복적으로 소리를 질렀습니다. 부모는 “치료가 아이에게 안 맞는 것 같다”며 중단을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전문가 상담을 통해 아이의 선호도와 감각 민감성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고, 치료사 역시 라포 형성 없이 세션을 시작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
부모는 이후 치료사를 교체하고, 첫 2주간은 라포 중심 놀이 세션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아울러 부모가 동행하여 선호 활동과 불편한 자극을 관찰한 결과, 아이는 점차 안정감을 찾고 치료에 협조적인 반응을 보이게 되었습니다.
※ 위 사례는 실무 기반 자문을 토대로 재구성된 예시이며, 아동 이름은 가명입니다.
5. 마무리 및 실천 가이드라인
ABA 치료는 단순한 시작이 아니라, 아동의 삶을 위한 장기 프로젝트입니다. 빠른 개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준비된 개입입니다.
ABA는 일시적인 기술 습득이나 일회성 개선이 아닌, 아동이 보다 독립적이고 적응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중재입니다. 이를 위해선 부모와 치료사, 그리고 아이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그 시작은 철저한 준비와 현실적인 기대에서 출발합니다. 준비 없이 출발하면 시행착오를 겪으며 다시 돌아와야 할 수도 있지만, 처음부터 구조화된 접근으로 시작하면 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중재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치료 전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우리 아이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변화는 무엇인가?
- 우리는 가족 전체가 치료에 협력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 지금 시작하는 치료가 3개월, 6개월 후에도 지속 가능할까?
- 치료사와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소통 구조는 마련되어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정리하고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한 체크리스트 그 이상입니다. 그것은 아이의 치료 여정에 부모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동시에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첫 걸음입니다.
또한 준비된 치료는 부모의 불안감을 줄이고,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관된 방향과 예측 가능한 환경은 아동의 협조적 반응을 유도하고, 전반적인 중재 효과를 높이는 중요한 토대가 됩니다.
준비된 시작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조급함을 내려놓고, 오늘부터 하나씩 준비해보세요.
다음 글에서는 ABA 치료 중 부모가 자주 실수하는 행동중재 방식에 대해 안내드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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